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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김부장'을 보다가 저도 모르게 검색창을 열었습니다. '코드네임 66, 실제 있었나?' 방영 2회 만에 시청률 15.7%를 찍은 이 드라마가 불러일으킨 첫 번째 궁금증이었습니다. 소지섭이 연기하는 평범한 저축은행 부장님 뒤에 숨겨진 특수요원의 과거, 그 설정이 어디까지 실화에 기반한 것인지 직접 파고들었습니다.
실미도 684부대와 폭풍군단, 드라마가 빌려온 역사
솔직히 처음엔 '코드네임 66'이 실제 요원 명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드라마가 워낙 구체적으로 묘사하니까요. 그런데 제가 직접 자료를 찾아보니 이건 원작 웹툰과 드라마를 위해 만들어진 창작 설정이었습니다. 극 중 '66번'은 원래 전설적인 요원 박영광에게 부여된 번호였고, 주인공 김부장은 그 번호를 이어받아 활동한 인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북한 대남첩보총국장 리응령이 그를 "남조선에 있는 가짜 66번"이라고 부르는 장면이 이 구조를 설명해 줍니다.
그렇다면 이 허구의 설정 뒤에 어떤 실제 역사가 있는 걸까요?
드라마 속 '북한 최고 사령관 암살 작전'이라는 모티브는 실제 684부대, 즉 실미도 부대의 창설 목적과 맞닿아 있습니다. 684부대는 1968년 1월 북한의 무장공비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하려 했던 사건, 이른바 김신조 사건에 대응해 그해 4월 창설된 북파 특수부대입니다. 북파 공작(北派 工作)이란 대한민국이 북한에 특수요원을 침투시켜 수행하는 비밀 작전을 의미합니다. 이들은 실미도라는 외딴 섬에서 극비 훈련을 받았고, 영화 '실미도'로 대중에게 알려졌습니다. 다만 영화에서는 이들이 사형수 출신으로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범죄 전력이 없는 민간인이나 경미한 전력의 인물들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은 사실과 다릅니다(출처: 국제신문).
드라마 속 빌런 박강성이 소속된 북한 특수부대의 묘사는 실제 제11군단, 이른바 폭풍군단의 체계와 유사합니다. 폭풍군단은 1969년 창설된 '특수 제8군단'을 모태로 하며, 1991년 제11군단으로 재편성되었습니다. 이 군단은 북한의 모든 특수부대를 통솔하는 최정예 사령부 역할을 수행합니다. 예하 여단들은 '번개(경보병)', '우뢰(항공육전)', '벼락(저격)'이라는 별칭을 가지며, 2017년에는 특수작전군이라는 독립 군종으로 격상되었습니다(출처: 위키백과). 여기서 항공육전이란 항공기를 이용해 적 후방에 침투하는 공수 작전 방식을 의미합니다. 단순한 보병 전술이 아니라, 헬기나 낙하산을 통해 기습 침투하는 고도로 특화된 전술입니다.
김부장이라는 캐릭터는 이 두 역사적 맥락을 교차시킨 결과물로 보입니다. 대한민국이 북에 파견한 공작원이면서 동시에 북한 최정예 특수부대 출신이라는 이중 정체성은, 어느 하나의 실제 부대만을 모델로 삼은 게 아니라 남북 대치 역사의 여러 층위를 복합적으로 차용한 것입니다.
핵심 정리: 드라마 '김부장'이 빌려온 실제 역사
- 대한민국 684부대(실미도 부대): 1968년 김신조 사건 대응으로 창설, 북한 수뇌부 암살을 목적으로 한 북파 특수부대
- 북한 제11군단(폭풍군단): 1969년 창설, 경보병·항공육전·저격 특화 부대를 통솔하는 북한 최정예 특수사령부
- 코드네임 66: 위 두 역사에서 영감을 얻은 순수 창작 설정, 실제 공식 명칭으로 사용된 기록 없음
남파공작원 식별법과 드라마가 포착한 긴장감
드라마 2회에서 박강성이 경찰서에 들어설 때 성한수가 이상한 위화감을 느끼는 장면, 기억하시나요? 저는 그 장면을 보면서 '실제로 저걸 어떻게 알아채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막연하게 위험해 보인다는 느낌 말고, 구체적인 징후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실제로 대한민국 공공기관에서는 남파공작원 식별법을 공개적으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현대 공작원들의 방식은 예전 난수 방송 시대와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난수 방송이란 무선으로 숫자 조합을 방송해 암호화된 지령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과거 냉전 시대에 북한이 주로 사용하던 공작 통신 수단입니다. 지금은 이보다 훨씬 정교한 디지털 방식이 활용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공개된 식별 요령을 보면 이런 것들이 포함됩니다.
- 중국 동포나 탈북자로 위장하면서도 표준어를 지나치게 유창하게 구사하거나, 반대로 '동무', '위생실', '남새' 같은 북한식 표현을 무의식중에 사용한 뒤 당황하는 경우
- 100달러 고액권을 다량 소지하고 있거나, 신용카드 사용을 기피하고 KTX처럼 신분 확인이 필요한 교통수단을 꺼리는 행동
- PC방을 수시로 바꾸며 외국 포털 이메일로 숫자와 특수문자가 혼합된 암호화 문서를 전송하거나, 프락시 서버(proxy server)를 이용해 우회 접속하는 행위. 여기서 프락시 서버란 실제 접속 위치를 숨기기 위해 중간 서버를 경유하는 방법으로, 추적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사용됩니다.
- 산행 중 묘지나 바위 등 특정 지점에 O, V, X 같은 표시를 남기거나 물건을 묻고 꺼내는 행동
드라마 속 박강성이 보여주는 서늘한 눈빛과 완벽한 위장술은 이런 실제 식별 요령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역으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징후들을 나열해 보면, 하나하나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행동들입니다. 그게 오히려 더 무서운 지점이기도 합니다.
드라마는 서랍 속에서 특수작전 파일을 꺼내는 김부장의 장면을 통해, 평범한 일상 안에 이 모든 이야기가 은폐될 수 있다는 감각을 아주 잘 살렸습니다. 10부작이라는 압축된 호흡이 오히려 긴장감을 높이는 효과를 낸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김부장'이 단순한 액션 드라마로 소비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실미도 684부대원들처럼 국가의 부름을 받았지만 남북 관계 변화로 임무가 취소되고 결국 버려졌던 사람들의 역사는, 화려한 액션 뒤에 꼭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무게를 가지고 있습니다. 드라마를 보며 그 긴장감에 몰입하는 것도 좋지만, 그 배경이 된 역사를 한 번쯤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참고: '684부대' 실화 다룬 '실미도'… 실제와 다른 점은? - 국제신문 '김부장' 김성규 정체는 남파 공작원 - OBC 더원방송 김부장 원작 웹툰과 드라마 차이점 - 자유로운 라이프 스타일 남파공작원 - 위키백과 드디어 드러난 김부장의 정체는 코드네임 66 - zip 시네마 (Youtube) 제11군단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 위키백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