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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처음 빚투 논란이 연예계에서 터졌을 때, 저는 단순한 가십거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사건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니 이건 단순한 돈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부모의 빚이 자녀의 커리어를 통째로 흔들고, 오랫동안 연락도 끊고 살았던 자녀에게까지 책임을 묻는 상황이 반복되자 저도 어느 순간부터 "이게 과연 공정한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되었습니다.

연좌제와 후광 효과, 왜 연예인 가족의 빚은 다르게 작동하는가

2018년 래퍼 마이크로닷의 부모 사기 사건이 수면 위로 오른 이후, 연예계에서 이른바 '빚투'가 연이어 터졌습니다. 빚투란 '나도 돈을 떼였다'는 뜻의 신조어로, 채권자가 SNS나 언론을 통해 연예인 가족의 채무 사실을 폭로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여기서 제가 주목한 것은 왜 사람들이 평범한 개인이 아닌 연예인의 가족에게 선뜻 거액을 빌려주었냐는 점이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후광 효과(Halo Effect)로 설명합니다. 후광 효과란 한 사람의 긍정적인 특성이 그와 관련된 다른 사람이나 대상에 대한 평가까지 끌어올리는 인지적 편향입니다. 쉽게 말해 "저 사람 딸이 유명 연예인이니까 믿을 수 있겠지"라는 논리가 작동한 것입니다. 김혜수의 모친이 13억 원을 빌릴 수 있었던 것도, 한소희의 어머니가 딸 명의 계좌를 사기에 활용할 수 있었던 것도 이 후광 효과 없이는 설명이 어렵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후광 효과가 채권자에게만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중도 같은 편향으로 연예인에게 도의적 책임을 묻습니다. 법적으로 보면 민법 제1019조에 따라 상속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통해 부모의 채무를 자녀가 반드시 떠안을 의무는 없습니다. 여기서 한정승인이란 상속받은 재산 범위 안에서만 채무를 갚겠다고 신고하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이미지를 자산으로 삼는 연예인에게 법적 책임 여부만으로 사태를 정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연예계 빚투를 현대판 연좌제라고 부르는 시각에 어느 정도 공감합니다. 연좌제란 특정인의 죄를 그 가족이나 연고자에게도 함께 묻는 제도로, 우리나라에서는 1894년 갑오개혁 때 법적으로 폐지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권자가 연예인의 방송국 앞에 나타나 압박하거나 실명을 거론하며 폭로하는 행위는,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이 금지하는 제3자 압박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법은 냉정하게 개인 책임을 따지는데, 사회적 분위기는 여전히 가족의 죄를 스타에게 묻고 있는 겁니다.

대응 방식에 따라 여론이 극명하게 갈린다는 점도 제가 여러 사례를 보며 직접 느낀 부분입니다. 마동석처럼 즉각 사과하고 판결 금액을 모두 변제한 경우 대중의 응원이 쏟아졌지만, 도끼처럼 채무를 갚으면서도 "1000만 원은 내 한 달 밥값도 안 된다"는 식의 발언을 내뱉은 경우 이미지 타격은 돈을 갚고도 오래 갔습니다. 단순히 채무 변제 여부보다 태도와 진정성이 더 결정적이라는 것을, 저는 이 사례들을 보면서 실감했습니다.

빚투 논란에서 대중의 반응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해당 연예인이 부모의 채무로 직접적인 수혜를 입었는가
  • 사건 발생 이전부터 가족과 연락을 끊고 지냈는가
  • 피해자를 대하는 태도가 진정성 있는가
  • 초기 대응에서 사실을 은폐하거나 거짓말을 했는가

이 네 가지 기준이 여론의 방향을 사실상 갈라놓습니다.

절연이라는 선택과 구하라법이 던지는 질문

장윤정의 사례는 제가 이 주제를 깊이 생각하게 된 계기 중 하나였습니다. 그는 10년 넘게 번 전 재산을 모친과 남동생이 탕진했을 뿐 아니라, 자신 명의로 10억 원짜리 마이너스 통장까지 개설되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여기서 마이너스 통장이란 잔액이 0 이하인 상태에서도 한도 내에서 인출이 가능한 대출형 계좌를 말합니다. 가족이 몰래 이름을 빌려 개설한 것이니 본인 입장에서는 재정적 피해와 명의 도용이 동시에 벌어진 상황입니다.

안정환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린 시절 자신을 버리고 떠난 모친이 스타가 된 아들의 이름을 내세워 각지에서 돈을 빌리고 다녔고, 그는 전성기에 번 돈의 상당 부분을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어머니의 빚을 갚는 데 써야 했습니다. 이런 경우까지 '가족이니까 책임져야 한다'고 몰아붙이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 저는 솔직히 의문이 남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구하라법 논의가 힘을 얻었습니다. 구하라법이란 고(故) 구하라 씨 사망 이후 추진된 민법 개정안으로, 자녀에 대한 보호·부양 의무를 현저히 게을리한 부모의 상속권을 제한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합니다. 구하라 씨의 경우 9살 때 가출해 20년간 연락이 없던 친모가 법적 상속 순위 2위를 근거로 유산의 절반을 요구했습니다. 현행 민법이 혈연관계만 있으면 양육 이행 여부와 무관하게 상속권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안타깝게도 이 법은 소급 적용이 금지되어 있어 구하라 씨 유족이 직접 혜택을 받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유족 측이 "앞으로 또 다른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라며 입법을 강력히 추진한 태도는, 저로서는 그 자체가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미 자신들에게 소용없는 법을 만들기 위해 나선 것이니까요.

구하라법은 결국 부모의 자격이 혈연이라는 생물학적 관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법제화하려는 시도입니다. 자녀를 독립된 법적 주체로 보호하고, 양육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부모의 재산 청구를 차단하려는 것입니다. 이 법의 논의가 활발해진 것 자체가, 우리 사회가 혈연 중심 사고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는 신호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한소희가 어머니의 채무에 대해 "책임질 계획이 전혀 없다"고 강경하게 선을 그은 것도, 저는 비정함이 아닌 정당한 자기 보호로 읽혔습니다. 제2의 피해를 막으려면 가족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채무 고리를 끊는 것이 현실적으로 유일한 방어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를 무정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한 인간이 이름과 신용을 도구로 이용당하는 상황에서 그 선택을 비난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법원 판례에 따르면 채무자의 상환 여부와 관련 없는 제3자에게 압박을 가하거나 채무를 공개하는 행위는 채권추심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출처: 법제처). 그리고 상속과 관련된 법적 판단 기준은 대법원 판례를 통해 지속적으로 정비되고 있습니다(출처: 대법원).

결국 이 모든 사례들이 보여주는 것은 하나입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이 법적 책임의 근거가 될 수는 없으며, 그 사실을 사회가 받아들이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연예인이든 아니든,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가족의 채무에 연루된 사람을 향해 도의적 책임을 일률적으로 요구하는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구하라법의 제정이 그 마지막 퍼즐 조각이 되어주기를, 저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공개된 사례와 개인적인 관점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며, 법률적 조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법률 판단은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일요시사, "'구하라법으로 본' 부모 때문에 속 썩는 스타들 백태", 일요시사, "'구하라법으로 본' 부모 때문에 속 썩는 스타들 백태 (계속)", 일요시사, "스타들의 부모 불화 대처법", BNT뉴스, "'사건반장' 장윤정 모친 사기 의혹", 오마이뉴스, "100년 전에 없앤 연좌제, 왜 연예계를 떠도나", OBS경인TV, "한소희, 母 빚투 사과→불우한 가정사 고백", 머니투데이, "연예인 가족의 끊이지 않는 '빚투' 왜?", 시사저널, "연예인 가족 빚, 도의적 책임인가 연좌제인가", 아주경제, "장윤정도 한소희도 이름 팔렸다…부모 사기 논란에 무너진 스타들", Daum 카페, "친부모와 절연을 한 연예인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소희, 불법도박장 운영 모친 구속에 '참담한 심정'"